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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축제들

by 양파 까는 양파쿵야 2026. 1. 8.

오늘은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짜인 나라의 얼굴,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축제들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행 정보를 찾다 보면 늘 비슷한 축제 이름이 반복됩니다. 화려하고, 사진이 잘 나오고,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간 곳들. 물론 그런 축제도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를 정말 알고 싶을 때, 나는 일부러 검색창의 첫 페이지를 벗어납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축제, 가이드북에는 한 줄로만 적힌 행사들. 그런 축제 속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축제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은 축제들

사진보다 기억으로 남는 축제의 풍경

현지인 중심의 축제는 대체로 조용하게 시작된다. 정해진 개막식도, 화려한 무대 장치도 없다. 마을의 하루가 조금 느리게 흐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제의 시간이 스며든다. 사람들이 하나둘 광장으로 모이고, 평소에는 닫혀 있던 마을 회관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들이 서로를 부른다. 축제가 ‘시작된다’기보다, 일상이 조금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느낌에 가깝다.

스페인의 한 소도시에서 열린 수확 후 축제도 그랬다. 관광 안내서에는 이름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은 행사였지만, 그날만큼은 마을 전체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빵과 와인을 나누며 한 해를 정리했고, 아이들은 그 사이를 뛰어다녔다. 누군가는 노래를 시작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박자를 맞췄다.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이었다.

이런 축제에서 인상적인 것은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떤 공기 속에 있었는가’다. 사진으로 남기기엔 특별한 장면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대보다 사람들의 표정, 말투, 몸짓이 떠오른다. 관광객을 의식한 연출이 없기 때문에, 그 풍경은 더 솔직하다. 모두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축제는 사진보다 기억으로 남는다. 휴대폰을 꺼낼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대신 그 순간을 그냥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의외로 오래간다. 화려한 퍼레이드보다, 이름 모를 사람이 건네준 음식 한 접시가 그 나라를 더 생생하게 설명해주는 순간도 있다.

지역 사람들의 삶과 연결된 축제

관광객이 적은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이 축제는 왜 열리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다. 종교적 의미이거나, 계절의 변화이거나, 생업과 직결된 사건일 때가 많다. 그래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삶의 일부로 존재한다.

일본의 한 작은 어촌에서 열린 축제는 한 해의 안전한 조업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화려한 공연도, 외부인을 위한 설명도 거의 없었다. 대신 마을 신사에서 시작된 행렬이 조용히 바다로 향했고, 주민들은 진지한 얼굴로 그 과정을 지켜봤다. 이 축제는 즐기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지켜야 할 약속에 가까웠다.

이런 축제는 외부인에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왜 이 의식을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공감대가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축제를 통해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세대 간의 연결을 이어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몸으로 익힌 전통이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이런 모습은 관광객을 위한 대형 축제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삶과 분리되지 않은 축제, 그 자체가 이 행사들의 가장 큰 가치다.

“그 나라를 안다”는 감각이 생기는 순간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축제에 참여하고 나면, 여행의 감각이 조금 달라진다. 유명한 랜드마크를 봤을 때의 감탄과는 다른 종류의 이해가 생긴다. 그 나라 사람들이 언제 모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된다.

남미의 한 지역 축제에서는 화려한 공연보다 공동 식사가 중심이었다. 모두가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한 해를 정리하고,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했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는 묘한 결속감이 있었다. 이 풍경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왔구나.’

이런 축제는 여행자에게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안내판이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많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경험을 특별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관찰자가 되고, 잠시 초대받은 사람이 된다. 그 거리감 속에서 오히려 더 진짜에 가까운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여행에서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장소보다 이런 순간들이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축제는 그 나라의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 아니라, ‘살아 있는 얼굴’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얼굴을 한 번 보고 나면, 그 나라의 이름은 더 이상 지도 위의 지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