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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문화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순간

by 양파 까는 양파쿵야 2026. 1. 10.

오늘은 현지인도 다 알지는 못하는 축제의 규칙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축제는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일상이 잠시 중단되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이 허용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축제일수록 보이지 않는 규칙과 금기는 더 많습니다. 그 규칙들은 안내문에 적혀 있지 않거나, 현지인조차 “원래 그런 거야”라고만 설명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여행자가 이 사실을 모르고 행동하면, 축제의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유명한 축제 속에 숨겨진 하면 안 되는 행동, 복장, 태도를 중심으로, 여행자가 꼭 알아야 할 실질적인 정보를 정리합니다. 동시에 그 규칙이 왜 존재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문화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순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문화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순간

참여는 환영이지만, ‘같이 놀면 안 되는’ 순간들

스페인의 산 페르민(San Fermín) 축제는 거리에서 황소가 달리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많은 여행자들이 흥분한 상태로 거리로 뛰어들지만, 현지에서는 분명한 금기가 있다. 술에 취한 상태로 달리기에 참여하는 것, 황소를 만지거나 자극하는 행동, 사진 촬영에만 집중하며 동선을 막는 행동은 강한 비난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규칙이 법보다 관습에 가깝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모든 행동이 문서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역 사람들은 명확한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 이 축제는 단순한 스릴 이벤트가 아니라, 종교적 전통과 명예의식이 결합된 행사이기 때문이다. ‘용기’는 존중받지만, ‘무모함’은 용납되지 않는다.

일본의 기온 마쓰리(Gion Matsuri)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규칙이 존재한다. 관광객에게 개방된 축제이지만, 행렬 중 사진을 찍기 위해 무리하게 앞으로 나서는 행동, 수레를 만지거나 장식에 손을 대는 행동은 매우 무례하게 여겨진다. 겉보기에는 개방적인 거리 축제지만, 실제로는 신에게 바치는 의식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옷차림 하나로 분위기가 바뀌는 축제들

축제에서 복장은 단순한 스타일 문제가 아니다. 인도의 홀리(Holi) 축제는 색을 뿌리며 즐기는 행사로 알려져 있지만, 지역에 따라 노출이 많은 옷차림은 강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종교적 의미가 강한 지역에서는 홀리가 놀이보다 정화 의식에 가깝기 때문에, 복장은 최대한 단정해야 한다.

태국의 로이크라통(Loi Krathong) 역시 비슷하다. 강이나 호수에 등불을 띄우는 이 축제에서, 물가에 들어가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행동은 현지인에게 매우 무례하게 보인다. 물은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예쁜 사진을 위한 행동’이지만, 현지인에게는 의식의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가 된다.

이런 복장 규칙은 현지인에게도 명확히 말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건 안 해”라는 암묵적인 선이 존재한다. 축제의 복장은 곧 그 축제가 어떤 감정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실수하는 금기: 사진, 손짓, 말 한마디

여행자가 축제에서 가장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사진 촬영이다. 발리의 갈룽안(Galungan) 축제에서는 사원 내부에서 의식이 진행될 때 플래시 촬영은 물론, 특정 각도에서의 촬영 자체가 금기다. 신에게 등을 보이거나, 제단보다 높은 위치에서 촬영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 역시 오해가 많은 축제다. 해골 장식과 화려한 분장 때문에 ‘유쾌한 축제’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고인을 추모하는 날이다. 무덤 앞에서 웃으며 셀카를 찍거나, 제단에 올려진 물건을 만지는 행동은 강한 반감을 산다. 현지인 중에서도 지역별로 허용 범위가 달라, 외부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금기는 말과 태도다. “재미있다”, “신기하다” 같은 표현이 상황에 따라 가볍게 들릴 수 있다. 어떤 축제에서는 감탄보다 침묵이 더 적절한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규칙과 금기는 축제를 어렵게 만들기 위한 장벽이 아니다. 오히려 축제를 원래의 자리에 놓기 위한 장치다. 여행자가 이 규칙을 이해하고 존중할수록,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조심하려는 태도다. 현지인도 모든 규칙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들이 어떤 행동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는 분위기로 드러난다. 그 신호를 읽으려는 노력 자체가 존중이다.

축제는 열려 있지만, 아무렇게나 열려 있지는 않다. 보이지 않는 규칙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초대받은 손님이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축제는 훨씬 깊고 조용한 의미로 다가온다.